“톨사이즈 아메리카노 한 잔에 250리라, 우리 돈으로 약 9,200원.” 튀르키예 이스탄불 공항을 찾은 어느 여행객이 스타벅스에서 받은 영수증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공항 푸드코트에선 맥주 한 잔이 2만 3천 원, 바나나 하나가 무려 8,300원에 판매되고 있는데요.
이제 튀르키예 이스탄불 공항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공항’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었습니다. 유럽의 프랑크푸르트, 미국 뉴욕 공항보다도 2~4배나 비싸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심지어 공항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남부 휴양지 안탈리아의 대형 쇼핑몰 ‘랜드 오브 레전드’에서는 한국에서 1,500원 정도 하는 불닭볶음면 한 봉지가 1만 4천 원에 팔리고 있었습니다. 현지인들에게도 물가 부담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 됐습니다.
튀르크예 물가, 끝없는 상승, 따라가지 못하는 월급
튀르키예의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은 이미 세계적으로 악명 높습니다.
- 2023년 물가상승률: 64.77%
- 2024년 현재도: 44.38%
하지만 튀르키예 임금은 물가 상승의 속도를 전혀 따라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튀르키예의 평균 월급은 약 63만 원(1만7480리라)에 불과한데, 대도시 평균 월세는 무려 72만 원(2만 리라)에 달합니다. 월급을 몽땅 털어도 월세 한 달 치가 부족한 상황인 겁니다.
튀르키예 노동계가 발표한 ‘생존선’에 따르면, 4인 가족 기준 최소 식비만 해도 80만 원(2만2131리라)이 필요합니다. 집세와 생활비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임금이죠.
신용카드로 버티는 튀르키예인들, 붕괴되는 중산층
직장을 다니고 있는 한 튀르키예인은 “월급으론 렌트비도 빠듯하다”며 “튀르키예 대부분이 여러 장의 신용카드를 돌려 막으며 버티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튀르키예 대기업협회 전 회장 에롤 빌레지크도 “살인적인 물가 상승과 심각한 소득 불균형, 그리고 급격히 붕괴되는 중산층이 튀르키예가 처한 가장 심각한 위기”라고 경고했습니다.
불안한 튀르키예 정치, 경제 위기 부채질
튀르키예 경제가 이렇게 된 데에는 정치적 불안정도 큰 몫을 합니다. 지난 3월, 이스탄불 시장이 부패 혐의로 갑작스럽게 구금되면서 리라화 가치는 한 달 만에 12.7% 폭락했습니다.
급격한 환율 하락은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고, 물가는 다시 폭등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튀르키예 정부는 지난달 전기요금을 가정용 25%, 산업용 10%나 올렸고, 천연가스 요금도 인상했습니다. 튀르키예 국민들은 장바구니 물가에 이어 공과금 인상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급하게 기준금리를 46%까지 끌어올렸지만, 환율 방어와 물가 안정에는 역부족입니다. 튀르키예 정부가 2025년 말까지 물가 상승률을 21%로 낮추겠다고 공언했지만, 정치적 혼란과 외환보유고 감소 등 악재가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튀르키예, 금리만으론 해결 안 된다”
정대영 연세대 교수는 “튀르키예처럼 외부 충격에 취약한 경제는 금리 인상만으로 시장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며, 정치적 안정과 일관된 거시경제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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